종로5가를 횡단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지하에 있는 종로5가역을 통해 횡단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며, 교통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단 한군데만 설치되어 횡단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통약자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은 횡단 방법입니다.
그럼 다른 횡단방법이 있을까요? 인근의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횡단하는 방법입니다.
종로5가 교차로 서측으로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는 종로4가에 있으며 거리는 약 290m입니다.
동측으로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는 약 145m 떨어져 있습니다.
길 맞은편을 가기위해 적지않은 거리를 우회하여 건너가야만 합니다. 참 불합리한 보행 체계 아닙니까?
종로5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교차로의 모든 방향에 횡단보도가 있지 않으면 보행에 많은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예로 사거리 교차로에 건너야할 방향쪽 횡단보도가 없다면, 세개의 횡단보도를 빙 돌아서 가야만 합니다. 횡단보도가 하나만 더 있으면 보행이 정말 편리해 질텐데요.
녹색교통운동은 이런 불합리한 교차로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조사 대상지는 서울의 도심이자 많은 보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양도성 내부(16.7㎢)로 설정하였고, 간선 및 보조간선급 도로 19개를 대상으로 교차로 횡단보도 설치 실태를 조사하였습니다.
조사대상 교차로는 총 82개로 나타났으며, 이 중 모든 방향으로 횡단이 가능한 교차로는 43개소, 한 개 이상 횡단보도가 없어 모든 방향으로 횡단이 안되는 교차로는 39개소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방향으로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교차로>
최근 서울시는 '걷는 도시, 서울'을 표방하며, 보행권 회복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행자가 밀집되어 있는 서울 도심에서 조차 약 48%의 교차로가 모든 방향으로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실태조사 결과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요즈음 세종로 사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넓디넓은 16차선 도로를 횡단보도로 건너다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종로 사거리에는 횡단보도가 없었다. 보행자는 교보문고로 이어진 지하도로 건너다녀야 했고, 그래서였는지 지금처럼
세종로 사거리가 사람들로 붐비지도 않았다. 그저 넓은 도로에 차들만 지나다닐 뿐이었다. 이 거리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는
청계천 복원도 큰 몫을 했지만 그보다 앞선 것이 횡단보도의 설치다.
<녹색교통운동>이라는 교통사고 유자녀들을
돕는 단체가 서울시 의회와 싸우면서 끈질기게 벌여 온 일 중 하나가 보행권 조례 제정 운동이었다. 1997년 서울시가 보행권
조례를 만들고 나서, 세종로 사거리에는 세종문화회관과 동화면세점을 잇는 딱 한군데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네 군데 모두 설치되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단 한 군데의 횡단보도였지만 장애인이나 노인 등
교통 약자들이 얼마나 반가워 했겠는가?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었던 도시교통정책에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녹색교통운동>이 '이 횡단보도는 녹색교통운동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자신들의 노력을 알리려 했지만, 지금 그것이 <녹색교통운동>의 노력 덕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횡단보도 이후 교통 약자들을 불편하게 했던 육교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다른 도시들도 보행권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시민단체들이 일구어 낸
변화도 결코 작지 않다. 서울의 시민단체들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영향력을 확장해 가던 시기에 지역에서도 시민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선으로 뽑기 시작하면서 지역 시민단체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한 활동도
본격화된다. 2011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을 중요한 변화의 화두로 처음 들고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마을 만들기 운동은 이미 진행중인 운동이었다.
[중략]
물론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아직 막 태동하기 시작한 작은 흐름이었다. 예컨대
<녹색교통운동>이 만든 '보행권조례제정네트워크'나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축이 되어 구성한
'예산감시네트워크'등 기존 시민단체들의 연대 활동을 발전시켜 보려 한 시도 등이 있었다. 이는 '이름 보태기' 연대나 주축 단체의
활동의 외연을 넓혀 주기 위한 '후원성' 연대 활동 혹은 몇몇 큰 단체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연대 활동 등의 문제점을 극복해
보려는 시도였다.
- 나의 시민운동 이야기, 하승창 지음 중에서 -
※ 신입활동가 교육 중에 "시민운동 관련 추천도서"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나의 시민운동 이야기'라는 도서를 보다가 우연히 우리단체의 내용이 있어 이부분만 옮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