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통의
설립취지
녹색교통을 위하여
1993.12.7
녹색교통운동 1993년 12월 창립보고대회에서 발표한 창립취지의 글
교통
인간의 사회적 활동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바로 교통입니다. 교통은 개인의 삶을 타인과 연결시켜 주고, 사회적 활동과 이동을 충족시켜 주는 수단입니다.
그러나 소통 위주로 짜여진 오늘의 교통체계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가 목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편리성, 안락성에 대한 향유는 사회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동차와 사람은 생활공간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바로 이 속에서 교통은 사회 전체가 아껴써야 할 유한한 사회적 공동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시민교통권
시민교통권, 즉 시민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는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입니다. 현재의 교통체계는 각각의 교통수단이 상호보완되고 연계되어 시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수단을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기보다는 과도하게 자동차교통에 매달려 있습니다.
대중교통의 이용여건이 악화될수록 자가용 승용차의 이용은 확대될 수 밖에 없으며, 공공교통의 운영위기는 더욱 가속화됩니다. 이처럼 경직된 교통체계는 개인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반면 사회 전체가 누려야 할 편익을 감소시킵니다.
시민교통권의 확립의 출발점은 교통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던 장애인과 어린이, 노인과 같은 교통약자들에게 그 권리를 회복시켜 주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불균형개발로 인해 교통시설, 교통수단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의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교통권 실현은 국민 상호간 혹은 지역간의 통합성과 연계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 및 사회 발전, 지역의 균형개발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보행
보행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교통수단입니다. 대중교통 우선체계는 보행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수단 시설까지 최대한 쉽고 안전하며 쾌적하게 접근할 수 있는 보행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대중교통 우선체계 또한 확립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사람이 걷는 교통공간은 풍요로운 삶의 휴식처가 될 수 있습니다. 도로에서 녹지를 확보하여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존하고 지하철과 지하도처럼 불가피하게 지하공간을 이용할 경우에도 지하 환경오염 방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주택가, 어린이 통학로, 상가 등 보행자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증가되고 있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 이용을 규제해야 합니다. 보행권 신장을 위해 이러한 차량통행 제한구역을 점진적으로 넓혀 나가야 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보행자만의 전용도로로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신도시 개발 또는 재개발의 경우 계획과 공사에서 우선 고려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 주요도시는 보행권을 강화함으로써 교통혼잡을 개선하고 안전도를 향상시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교통안전
교통안전은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교통안전은 시민교통권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소통과 수송력 증대만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하고 있는 현재의 교통체계는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공동체 정신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낳고 있으며 시민의식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관련법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사람이 다쳐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해당조항’에 해당될 경우만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교통약자를 푸대접함으로써 인명경시 풍조를 조장해 온 각종 법ㆍ제도ㆍ시설운용 등의 시스템은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대도시 교통
수도권 집중과 그에 따른 교통문제는 도시공간구조에 대한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시공간 배치계획에서도 직ㆍ주근접의 가능한 공간계획이 짜여져야 합니다.
수도권과 대도시가 독점하고 있는 중추관리기능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분산하도록 유도하는 반면, 중소도시는 지역주민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적합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존의 대도시 도심지내에 있는 각종 시설과 건물에 대해서는 교통을 유발하는 원인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부과해야 합니다. 동시에 교통시설 입지에 따라 지가 상승, 판매량 증가, 업무효율화 등 교통외부로 빠져나간 개발이익은 환수하여 지역균형개발 및 새로운 교통시설 공급으로 환원되어야 합니다.
교통문제는 교통 자체로 국한시켜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전체적인 국토개발, 그리고 토지이용계획과 결부시켜 합리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모색을 해야 합니다.
교통시설
현대의 교통시설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항공교통이 늘어나고 지하철 확충과 고속철도, 대심도 철도(GTX)와 같은 신교통수단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버스 등과 같은 전통적인 대중교통수단은 승용차 등에 밀려 사양화되고 있습니다. 기존 대중교통 수단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공공교통수단이 공급될 경우에도 그 역할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도시가 광역화되고 교통이 이를 매개하는 기반이 되는 현실에서 공공교통시설의 공급을 통해 새로운 도시공간구조와 교통체계가 짜여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교통문제 해결
교통을 둘러싼 분쟁과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다양하게 표출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민 스스로가 합의 수준을 높여가야 합니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교통문제는 지방자치제를 통하여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워내야 합니다. 참여와 자치, 연대를 위한 시민운동 또한 지역을 토대로 실현되어 나가되 특정이해에 매몰되지 않는 사회 전체의 공동목표를 유지해야 합니다.
운수종사자
운수노동자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운수노동자들의 문제는 곧바로 시민에게 영향을 줍니다. 도로교통의 혼잡과 공공교통시설 유지, 관리에 대한 투자부족으로 운수노동자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각종 사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장시간 저임금노동은 그 고통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통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운동은 운수노동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운수노동자들 역시 직업적 이해라는 틀을 벗어나 교통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고 시민과 함께 공동목표를 지향하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환경
교통부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량이 늘어나고 있고, 대기오염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자동차가 내뿜는 것이 60%를 넘습니다. 자동차에 의한 환경피해는 최근 전 지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오존층의 파괴, 산성비 등의 지역적 차원의 오염, 광화학 스모그나 매연피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교통으로 인해 유발되는 소음과 진동 피해도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통체증과 이로인한 혼잡은 막대한 양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경은 우리가 보다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본토대입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교통,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교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교통수요를 충족시킬 것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런 새로운 개념에 입각해서 환경과 교통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녹색교통으로
우리는 시민교통권을 신장시켜 사람 중심의 교통을 갖추는 것이 현재의 교통문제를 푸는 요체라고 생각합니다. 녹색교통운동의 출범은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의 활동을 통해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더 깊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나설 때만이 교통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시민운동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푸는 동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사회적 합의를 모아내는 토대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제약해온 근저에는 시민사회의 미성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교통’을 추구하는 우리의 운동은 시민사회의 성숙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녹색교통운동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책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활동의 깊이와 폭을 더욱 넓혀 나갈 것입니다.
녹색교통운동과 ‘삶의 질을 생각하는 교통시대’를 함께 해 주세요.